조기 진단과 발견의 영향인지, 주변에서 갑상선 수술받은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수술 위치가 잘 드러나는 목이다 보니 피부에 흉이 잘 생기는 피부이거나 켈로이드 피부라면 로봇 수술을 고려하게 된다. 나 또한, 켈로이드 피부로 귀를 뚫는 것은 문제가 없었으나, 어린 시절 BCG 예방 접종은 엄청난 켈로이드 흔적을 남겼기에 로봇 수술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갑상선 허들 세포 혹은 휘틀 세포 발견
나의 경우 암으로 진단을 받아서 수술을 한 것이 아니라, 확인을 위한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보통 갑상선 종양이나 갑상선 암은 거북이 암이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위치나 크기, 연령 등을 고려해 성급하게 수술하지 않고 추적 관찰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허들 세포 혹은 휘틀 세포 종양은 이와 다르다. 종양이 착한 성질의 것인지, 그렇지 않은지 수술적 확인이 권고되는데 100%는 아니지만, 그만큼 진행속도나 경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참고로 나는 2019년에 검사에서 이를 확인하고, 약 2개월 후쯤 수술받았었는데, 글쎄 최근에는 이러한 수술을 통한 확인에 변화와 발전이 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아무튼 검사결과, 암은 아니고 경계선 종양으로 진단받았는데 대부분의 경계선 종양은 추후에 암으로 발전한다고 한다.
로봇 수술, 병원마다의 차이 (절개 위치)
동네 병원에서 이야기를 듣고, 이것저것 알아보다 수술을 해야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이제 남은 것은 병원과 의사를 선택하는 일이다. 켈로이드 피부이기에 로봇 수술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병원은 신촌 세브란스였다. 이유는 세브란스 병원의 방식이 가장 맘에 들었는데, 수술의 절개부위 때문이었다. 이것은 당시 초기 진단을 받았던 동네 병원의 원장선생님이 말해주신 것인데, 현재는 변화가 있을 수 있고, 또 같은 병원이라도 의사마다 방법이 다르거나 조율이 가능할 수도 있어 확인이 필요할 것 같다.
2019년 당시 병원 로봇수술의 절개 부위
세브란스 : 겨드랑이 밑을 절개하여 로봇 팔로 수술. 절개부위가 큰 편이지만 하나이고, 잘 보이지 않는 위치
서울대 : 가슴 부위에 작게 2군데 정도를 절개하여 로봇 수술함
그 밖에 입술 밑 절개(흉터를 최소화하는 방식) 등 방식이 다양한데, 이제는 기억이 뚜렷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병원마다 다양한 방식의 절개 부위와 방식을 갖는다는 것이다.
나는 무엇보다도 흉이 남더라도 보이지 않는 부위라는 것, 그리고 그 부위가 하나인 점이 마음에 들어서 세브란스를 선택하였다. 수술 결과, 다행히 나쁜 종양이 아닌 것도 있지만 수술 과정, 집도해 주셨던 선생님의 친절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술 후 켈로이드 문제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잘 아물어서 수술에 매우 만족한다.
여담이지만, 나는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영된 영남제분 사건 이후 세브란스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또,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외국 친구의 Clerkship 때문에 이것저것 알아봐 주다 느낀 의사 교수 밑의 대학원생의 태도에서도 타학교에 비해 인상이 별로 좋지 않았었는데 켈로이드 문제 때문에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병원에서 처방해 준 흉터 연고 굿!!
수술하고, 퇴원할 때 병원에서 연고를 처방해 주었다.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흉터 연고로 유명한 노스카나와 성분이 거의 똑같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즉, 켈로이드, 수술 후 흉터, 비후성 흉터등에 작용하여 흉터를 최소화하는 연고인데, 이 연고가 효과가 좋았다. 연고는 수술 후 약 2주 뒤, 병원에 가서 실밥과 반찬고를 떼고 상처가 아문 후부터 사용할 수 있다.
실밥과 반창고를 떼고, 거울로 처음 본 수술 자국은 절개 부위를 따라 켈로이드처럼 붉고 어두운 색의 살이 조금 솟아 있었다. 조금 한숨이 나왔지만, 겨드랑이를 보여줄 일은 크게 없으니 스트레스받지 않기로 했다. 내 살이지만 수술 부위를 만지는 일, 그리고 켈로이드 흉이 조금 자리 잡은 부위를 만지는 일은 께름칙했지만, 하루에 한 번씩 연고를 발라주었다. 연고를 바른 지 2~3주쯤 지났을까, 놀랍게도 붉게 솟아있던 살들이 쏙 들어가고 예쁘게 아물었다. 연고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연고를 바른 지 한 달 정도 되었을 무렵부터 지금까지 켈로이드 흉은 전혀 없고, 자세히 봐야 보이는 봉합선이 옅게 남아있다. 또, 보통 피부색과도 차이가 없어 겨드랑이가 노출되더라도 전혀 부담이 없을 정도이다.
병원 처방 연고라 그런지 뭔가 다른 느낌이다. 사실 집에 노스카나 연고가 있었지만, 이렇게 강력한 효과를 느끼지는 못했었다. 성분도 헤파린나트륨을 주성분으로 하여 거의 똑같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병원에서 직접 처방해 준 연고가 훨씬 더 비쌌던 기억이 있다. 상처가 아문 직후, 즉 유연한 상태에서 바르기 시작해서 효과가 더 컸던 차이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흉터 연고의 효과를 톡톡히 봤었다. 병원에서 처방전을 준 것이 아니고, 연고 구입 의사를 물어보고 연고를 직접 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참고로 나는 여름날 민소매는 꿈도 못 꿀 정도로, BCG 예방 접종의 켈로이드 흉터가 크다. 이 흉터도 오래전 치료를 시도했지만, 이후에는 환자에게 고통만 줄 뿐 그에 비해 효과는 미비하다고 결론이 난 치료법(항암주사로 켈로이드 조직을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3차례인가 치료를 받고, 포기했다. 본질적인 한계가 존재하는 켈로이드 흉터 치료에도 발전이 있는 것 같지만, 이후로 치료를 시도하고 있지는 않다. 그래도 항암주사 투여의 효과도 있는 것 같다. 조직이 이전과는 다르게 부드러워졌고, 노화에 따른 효과도 더해져서인지 더 이상 성나있다는 느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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