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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정 선수의 고대 그리스 청동 투구,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과 서구 유물이 국내 보물로 지정된 사례

by miniee75005 2024.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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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국립 중앙 박물관을 관람하다가, 그곳의 분위기, 전시된 문화재와는 너무 달라서 생경한 느낌까지 들었던 유물이 있었다. '일본 무사의 것인가?' 하며 조금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었는데, 발견 장소와 만들어진 곳이 그리스로 그리스의 투구였다. 무섭고, 생경한 느낌이 쉽게 이해되었다. 그런데  이게 여기 왜 있을까? 이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 제11회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 손기정 선수와 고대 그리스 청동 투구 
  • 손기정 선수의 그리스 투구가 선수에게 전해지고, 국가 보물로 지정되기까지

제11회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 손기정 선수와 고대 그리스 청동 투구 

 그리스 투구의 주인과 기증자는 손기정 선수였다. 손기정 선수의 1936년 제11회 베를린 올림픽의 마라톤 우승은 당시 조선인에게도, 오늘을 사는 한국인에게도 가슴을 울리는 일이었다. 기쁨과 감동, 하지만 일장기가 그려진 운동복을 입고 고개를 푹 떨군 채, 금메달리스트에게 수여된 화분으로 일장기를 가리려고 하는 선수는 전혀 기쁘지 않은 표정이다. 손기정 선수의 옆에는 동메달을 딴 남승룡 선수도 있다. 남승룡 선수는 일장기를 가릴 수 있는 화분이 없어 일장기가 그대로 노출되었다. 선수의 표정과 자세가 가슴이 아리고, 뭉클하게 한다. 당시 이 소식을 국내에 알린 신문사는 의도적으로 일장기를 지운 일장기 말소 사건이 있었고, 항일 정신을 보여주었다. 손기정 선수의 그리스 투구는 이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과 관련이 있다. 

보물 904호 고대 그리스 청동 투구와 1986년 베를린 올링픽 50주년 기념행사에서 투구를 헌정받은 손기정 선수

 

손기정 선수의 그리스 투구가 선수에게 전해지고, 국가 보물로 지정되기까지 

 손기정 선수의 그리스 투구가 발견된 곳은 그리스의 올림피아로, 올림픽 당시 그리스의 신문사가 소유하고 있었다고 한다. I Vradani라는 그리스의 신문사는 이 투구를 베를린 올림픽의 우승자에게 주겠다고 발표를 했고, 투구 안쪽에 ' 제11회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에게'라고 새겨놓았다. 하지만 당시 IOC(올림픽위원회)에는 선수가 메달 이외의 값비싼 기념품이나 귀한 선물을 받을 수 없다는 규정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손기정 선수는 이를 받지 못했고, 이러한 사실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리스 신문사는 투구를 이미 베를린 올림픽 위원회 측에 전달하였고, 2차 세계 대전 후에는 베를린의 샬롯텐부르그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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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많이 흐른 뒤, 우연히 투구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들은 손기정 선수는 재독 교포를 통해 투구의 소재지를 알 수 있었다. 이후, 1986년 올림픽 50주년 기념행사에서 투구는 원주인인 손기정 선수에게 돌아올 수 있었다. 이를 받은 손기정 선수는 국가에 투구를 기증하였다. 한 선수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시대적 상황과 한국의 역사적 의미가 있는 손기정 선수의 마라톤 우승, 그에게 돌아오기까지 50년이 걸린 사실들을 고려하여 정부는 이 고대 그리스 청동 투구를 국가 보물(제904호)로 지정하였다. 해외에서 만들어진 유물이 국가 보물로 지정된 경우는 앞서에서도 있는데, 유입경로가 확실한 첫 서구 유산이라고 한다. 지금 국립 중앙 박물관 2층에 공개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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